강진 월출산 아래 백운동 원림 겨울에 가볼 만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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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강진은 이상하게 마음을 붙잡는 곳이다.
자연과 예술, 학문이 한 동네 안에서 어깨를 맞대고 있는 느낌이 있다. 월출산 능선이 둘러싸고 있고, 도자기와 차 문화가 남아 있고, 다산의 흔적이 여전히 숨 쉬고 있다. 그래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떠올리게 되는 지역이다.
2026년 2월 8일, 눈이 조금 남아 있던 날.
나는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에 자리한 백운동 원림을 찾았다. 호남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고, 겨울의 정원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1. 월출산 아래,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처음 차를 세우고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공기가 달랐다. 멀리서 보이는 월출산 능선이 하얗게 덮여 있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차밭과 숲길이 조용했다.
(1) 차밭을 지나 다실 앞에 서면
눈이 살짝 쌓인 차밭은 초록과 흰색이 겹쳐 보인다. 겨울이라 더 담백하다.
① 차밭 옆 길을 천천히 걸어보면
- 발밑에서 눈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또렷하다
- 사람 소리보다 바람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 관광지라기보다 누군가의 생활 공간에 들어가는 기분이 있다
② 다실 근처에서 잠시 멈추면
- 정원이 단순한 ‘구경 거리’가 아니라는 느낌이 온다
- 차 문화와 연결된 공간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 계절에 따라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길 자체가 이미 정원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동백나무와 대나무가 이어지는 숲길
입구로 향하는 길에는 동백나무와 대나무가 길 양쪽을 감싸고 있다. 마치 길을 안내하듯 서 있다.
① 겨울이라 더 또렷한 풍경
- 잎이 떨어진 나무들 사이에서 동백과 대나무의 색이 더 선명하다
- 초록 대숲이 바람에 흔들리면 소리가 깊다
- 눈이 남아 있으면 대비가 강해 사진보다 눈으로 보는 장면이 더 좋다
② 걸으면서 떠오른 생각
- 봄에는 동백꽃이 떨어져 붉은 길이 되지 않을까
- 여름에는 그늘이 짙어 전혀 다른 분위기겠구나
- 가을에는 낙엽이 또 다른 길을 만들겠구나
계절을 한 번 보고 끝낼 곳이 아니라는 판단이 이때부터 들었다.
2. 백운동 원림 안에서 느낀 전통 정원의 구조
백운동 원림은 조선시대 이담로가 조성한 별서 정원이다. 2019년 3월 11일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단순히 오래된 공간이 아니라, 지금까지 12대에 걸쳐 이어져 온 생활 공간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나는 과거 공인중개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공간을 볼 때 ‘관리의 지속성’을 먼저 본다. 이곳은 단순 복원이 아니라, 세대가 이어지며 살아남은 정원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1) 유상곡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다
문을 지나 들어서면 시냇물을 끌어들여 굽이치게 만든 구조가 보인다. 바로 유상곡수이다.
① 왜 이 구조가 특별해 보였는가
- 물길이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 마당을 돌아 자연스럽게 빠져나간다
- 앉아서 바라보면 시선이 물길을 따라 움직인다
② 이런 정원이 의미 있는 이유
- 단순 조경이 아니라 풍류 문화의 흔적이다
- 학문과 교류가 이루어졌던 장소라는 상징이 있다
- 방문객들이 남긴 글과 그림이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이곳을 찾았던 인물 중에는 정약용도 있다. 다산이 꼽은 ‘백운동 12경’은 지금도 안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백운동 12경을 바라보는 시선
정원 한편에 서면 옥판봉이 정면으로 보인다.
① 다산이 언급한 12경 중 인상 깊었던 장면
- 제1경 옥판봉: 눈 덮인 봉우리가 정원의 배경이 된다
- 제5경 유상곡수: 공간의 중심 역할을 한다
- 제11경 정선대: 위로 올라서면 시야가 확 열린다
② 정선대에 올라서 보니
- 아래로 원림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 멀리 옥판봉이 마치 액자처럼 자리한다
- 왜 ‘신선이 머물렀다’는 표현이 나왔는지 이해가 간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예쁜 풍경을 넘어 ‘의도된 시선의 흐름’을 만든다.
3. 겨울에 가보니 오히려 더 또렷하게 보였다
사람들은 보통 꽃 피는 계절을 더 선호한다. 나 역시 봄이나 가을을 먼저 떠올렸다. 그런데 겨울에 가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1) 색이 줄어드니 구조가 보인다
① 겨울 정원의 장점
- 나무의 뼈대가 드러난다
- 물길의 흐름이 선명하다
- 건물과 자연의 배치가 또렷하게 읽힌다
② 한적한 분위기
- 방문객이 많지 않아 걷기 좋다
- 소리가 적어 공간의 깊이가 느껴진다
- 벤치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간다
유네스코가 2021년 발표한 문화유산 관련 자료에서도 전통 정원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 구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 바 있다. 이런 공간은 계절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그 말이 이해되던 순간이었다.
(2) 강진 여행 동선에 함께 넣어보니
나는 이번 일정에서 월남사지, 덕진차밭, 사자저수지, 500년 된 팽나무, 천황사 인근까지 둘러봤다. 그리고 설록다원과 백운동 원림으로 마무리했다.
강진 겨울 여행에서 이렇게 묶어보니 좋았던 흐름
- 오전: 월출산 주변 산책
- 점심 전: 차밭과 사찰 인근 둘러보기
- 오후: 백운동 원림에서 천천히 걷기
- 해 질 무렵: 정선대에서 전경 바라보기
이렇게 묶으니 하루 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동 거리도 과하지 않다.
마치며
정원을 나서며 다시 대숲길을 걸었다. 초록 대숲이 겨울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봄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겨울에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꽃이 없어서 아쉬운 대신, 공간의 구조와 시간의 흔적이 더 또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강진을 여행한다면, 한 계절만 보고 판단하지 말았으면 한다.
특히 월출산 아래 고요한 풍경을 보고 싶다면, 사람 붐비지 않는 계절을 일부러 골라보는 것도 괜찮다.
백운동 원림은 화려함보다 깊이가 남는 곳이다.
천천히 걸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만한 보답을 해주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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