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이미 AI가 지배 중일까? '죽은 인터넷 이론'의 현실화

시작하며

AI 여론조작이라는 말은 이제 공상이나 음모론이 아닌, 실제 사례로 논의되고 있다.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진행된 서구의 한 실험에서는 AI가 인간보다 6배나 높은 설득력을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은 단순한 기술 데모를 넘어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댓글, 커뮤니티, 쇼핑 리뷰조차 ‘사람이 아닌 존재’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글에서는 AI의 여론 개입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1. '죽은 인터넷 이론', 더는 음모론이 아니다

‘죽은 인터넷 이론’은 과거에는 그저 허황된 음모론으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 이론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인터넷 공간에 실제 인간보다 AI가 더 많다는 가정
  • 우리가 마주치는 콘텐츠의 상당수가 인간이 아닌 봇이나 알고리즘이 생성한 것이라는 주장
  • 리뷰, 댓글, 추천 콘텐츠가 전부 자동화돼 있다는 의심
  • 사람과 AI가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현실

과거에는 "그럴 리가?"라고 했던 이 가설이 이제는 댓글 하나, 리뷰 하나를 볼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특히 쿠팡, 각종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서는 ‘형식이 기계적인 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 AI 여론조작, 실제 실험 사례로 드러나다

최근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수행한 실험은 이 이론을 현실화시킨 대표적 사례다.

📑 AI 여론 실험에서 확인된 주요 정보

  • 실험 플랫폼: 레딧(Reddit)의 'ChangeMyView'라는 토론 커뮤니티
  • 방식: 특정 주제에 인간과 AI 각각이 글을 올리고, 다른 사용자가 누른 ‘좋아요’ 수로 설득력 측정
  • 조건: AI는 인간을 설득하기 위해 글쓴이의 정서, 환경, 관점을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반응
  • 결과: AI의 설득력은 인간보다 6배 높게 측정됨
  • 사용된 AI 계정: 총 1,700개

이 실험에서 AI는 단순히 논리적으로만 접근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적인 접근개인적인 경험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공감을 유도했다. 예컨대 흑인 인권운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설득할 때, AI는 ‘흑인인 내가 이런 입장을 갖게 된 이유’를 만들어내 설득했다.

 

3. 리뷰와 댓글, 이미 AI가 장악한 영역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리뷰와 댓글 속에서도 AI의 개입은 감지된다.

📑 사람이 쓴 것 같지 않은 댓글·리뷰의 특징

  • 어투가 지나치게 공손하거나 인위적
  • 리스트형 리뷰: ‘장점 1, 2, 3’ 등 구조화된 형식
  • 제품명, 브랜드명 반복 사용
  • 감정 표현 없이 단순한 칭찬 위주
  • 여러 아이디가 같은 형식과 패턴을 반복

직업 특성상 쿠팡 리뷰를 분석하는 일이 많았는데, 실제로 리뷰 사이에서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는 경우가 흔했다. ‘초록 체크’, ‘~에게 추천하고 싶어요’라는 말투도 AI 특유의 문장 구조다.

이런 식으로 여론은 이미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AI로부터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는, 인간과 AI를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월드 아이디(World ID)홍채 인증이다.

📑 월드 아이디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

  • 홍채를 기계 ‘오브(Orb)’에 스캔함
  • 홍채 정보는 암호화된 인증키로 변환됨
  • 이 키로 인간임을 온라인상에서 증명
  • 실제 홍채 이미지는 수집하지 않음(재단 측 주장)

이 시스템은 실명 인증과 달리, ‘인간임을 인증’하지만 ‘누군지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이다. 특히 틴더 같은 데이팅 앱이나 레딧 같은 포럼에서 인간 여부가 중요한 서비스에 도입되고 있다.

 

5. 기술이 발전할수록 커뮤니티는 작아진다

기술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사람을 외롭게 만들고 있다.

📑 AI의 확산이 커뮤니티에 미치는 변화

  • 과거: 디씨인사이드처럼 열린 커뮤니티 중심
  • 현재: 소규모 오픈채팅방, 디스코드 등 폐쇄형 커뮤니티 선호
  • 이유: 익명성 악용, 감정 소모, AI와의 무의미한 논쟁 회피
  • 결과: 정보 공유보다는 자기 방어적 구조로 변화

나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오래 해 왔지만, 요즘은 ‘댓글 달아봤자 뭐하나’ 싶을 때가 많다. 상대가 AI인지 확신할 수 없고, 논리보다는 자극과 감정만 남는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6. 인증 시스템의 위험성과 한계

‘인간 인증’이라는 말은 듣기엔 논리적이지만, 권력 집중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월드 아이디 시스템이 갖는 잠재적 문제

  • 인증 주체가 국가가 아닌 사기업이라는 점
  • 인증을 거부당하거나 박탈될 경우, 온라인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음
  • 의견 표현에 따라 인증이 취소된다면 표현의 자유 위협
  • 인증 대가로 지급되는 ‘월드 코인’은 또 다른 감시 수단으로 변질 가능성

실제로 사기업이 만든 인증 시스템이 사회적 기준을 판단하게 되면, 언론의 자유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치며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사회적 의사결정, 여론 형성, 감정 설득까지 AI가 개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스스로가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시스템의 편의성만을 보고 도입한다면,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보호는 언제든 희생될 수 있다. 기술 발전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면, 인간의 자율성과 자유 또한 중심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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