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만 원짜리 전자잉크 폰, 써보니 정말 미니멀해진 건 나였다

시작하며

전자잉크와 물리 쿼티 키보드가 붙은 미니멀폰, 독특한 조합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면 그 아날로그 감성만으로 용서가 안 되는 문제도 있었다. 전자잉크에 대한 기대, 키보드에 대한 로망, 그리고 현실적인 사용성 사이에서 나도 좀 혼란스러웠다.

 

1. 디자인은 확실히 독특하고 귀엽다

전자잉크 화면과 쿼티 키보드를 결합한 디자인은 요즘 보기 드문 조합이다. 블랙베리 시절의 물리 키보드 감성을 좋아하던 나로서는 반가운 구성이다.

(1) 블랙베리 느낌 나는 키 배열과 키감

이 제품의 키보드는 블랙베리 클래식과 거의 동일한 키배열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키감도 상당히 정밀하게 잡혀 있어서, 유니허츠의 미니 폰보다 오히려 낫게 느껴졌다. F, J 키에 있는 홈 포인트까지 재현되어 있어서 블라인드 타이핑도 어렵지 않았다.

(2) 전자잉크가 주는 미니멀 감성

꺼져 있어도 로고가 보이는 전자잉크 특유의 느낌, 그리고 프론트라이트가 제공하는 절제된 밝기가 처음엔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광에 가까운 플라스틱 후면, 무선 충전 지원 등 외형적 요소는 분명 깔끔했다.

 

2. 전자잉크와 소프트웨어의 부조화

이 기기의 가장 큰 약점은 소프트웨어다. 전자잉크에 적합하게 튜닝되지 않은 안드로이드 인터페이스는 불편함을 가중시킨다.

(1) 애니메이션 제거가 기본이 되어야 했는데

전자잉크는 특성상 화면 리프레시가 느리다. 그런데도 기본 UI에는 애니메이션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 앱 전환이나 스크롤할 때마다 끊기고, 자주 리프레시가 발생해 눈이 아프다.

(2) 자체 키보드의 완성도 문제

하드웨어 키보드는 만족스러웠지만, 소프트웨어 키보드(IME)는 한글 입력이 되지 않는다. 기본 앱에서는 비밀번호 입력란에서도 예측 텍스트가 평문으로 노출되어 보안상 문제가 있었다. 또한 다른 키보드 앱으로 바꾸는 기능도 없어서, Gboard 등을 쓰려면 편법을 써야 했다.

(3) 설정 옵션이 부족하고 번역도 엉망

접근성 설정 등에서 세부 튜닝이 가능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인터페이스가 중간 정도에 머문다. 설정 메뉴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전자잉크 특성에 맞춘 배려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3. 가격을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성능과 카메라

📷 기대 이하의 카메라 품질

  • 카메라는 후면 1개, 전면 1개 구성이며 화소 수는 각각 16MP, 5MP다.
  •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로 카메라를 보며 촬영하는 건 사실상 고문에 가깝다.
  • 화면 갱신이 느리고 색감 표현이 안 되다 보니, 어떤 장면을 찍고 있는지도 확인이 어렵다.
  • 후면 카메라는 FHD까지 지원하지만, 화질은 전반적으로 흐릿하고 어둡다.
  • 전면 카메라는 키보드 사이에 배치돼 지문이 쉽게 묻고, 화각도 어정쩡하다.
  • 촬영된 결과물은 컬러지만, 화면 상에서는 전혀 느낌을 알 수 없다.

💸 사양 대비 지나치게 높은 가격

  • Helio G99, 6GB RAM + 128GB, 또는 8GB RAM + 256GB
  • 3,000mAh 배터리
  • $399(약 55만원)이라는 가격은 이 사양 기준으로 보면 매우 비싸다.

비슷한 가격대의 안드로이드 폰은 AMOLED에 고주사율, 초광각 카메라까지 달려 있다. 이 제품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도 ‘전자잉크’라는 특성만으로 가치를 주장하고 있었지만, 설득력이 약했다.

 

4. ‘미니멀’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기기

📉 기능은 많고, 실행은 어설픈 ‘맥시멀리스트’ 기기

  • 전자잉크, 쿼티 키보드, 무선 충전, VoLTE, FM 라디오, 외부 디스플레이 출력 등.
  • 겉보기에는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기능이 전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 전자잉크 특성상 멀티미디어는 포기해야

  • 영상 감상, 웹서핑, 빠른 메신저 응답 등 기본적인 사용이 어렵다.
  • 결국 기기 사용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이건 역설적으로 ‘덜 쓰게 하려는’ 목적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은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불편함의 강요’에 가깝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이 가는 이유

🧡 쿼티 키보드의 유일한 생존자

  • 요즘 나온 어떤 폰에서도 보기 힘든 쿼티 키보드를 정성껏 구현했다.
  • 정말 오랜만에 다시 느껴보는 키보드 타이핑의 감성은, 단순한 타자 입력 그 이상의 매력을 줬다.
  • 유니허츠 제품보다 키보드 완성도가 더 좋다.
  • 키캡 마감, 키간 간격, 배열, 피드백 등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 전자잉크의 독특한 질감이 주는 재미

스크린샷을 보면 칙칙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눈으로 보는 전자잉크는 종이에 가까운 감성이 있다. 프론트 라이트를 끄면, 마치 작은 전자책 기기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마치며

이 폰은 실용적인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전자잉크와 물리 키보드라는 두 가지 사라져가는 요소가 만나, 매우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냈다.

나도 이 제품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는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며칠간 만져보면서 어설프고 아쉬운 부분들조차도 일종의 ‘개성’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건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지만, 전자잉크와 물리 키보드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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